전기사업법 개정으로 민간발전소들이 남는 전력을 저렴하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강원 동해안에 전기를 대량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조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9일 오후 동해시 구호동 북평산업단지 내 북평화력발전소 대회의실에서 최남호 제2차관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 김남혁·정승혜 과장, 전력거래소 정동희 이사장 및 본부장, 한전·한수원, 남부발전 임원, 이철규 의원실, 강릉 에코파워, 동해 북평화력, 삼척 블루파워 등 지역 발전사 대표, 강릉·동해·삼척상공회의소 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해안지역 민간발전소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동해안 발전제약 현황·문제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현황, 제약 완화 대책 추진현황·계획, 발전제약에 따른 발전사 애로사항 청취·대책, 전력시장 정산제도 현황 및 업계 지원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 간담회는 지역상공회의소들이 지역 발전사들의 고충과 전기다소비 업체들의 전기료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을 대변해 이철규 국회의원(동해·태백·삼척·정선 선거구)실이 요청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지역에는 석탄발전소와 신한울 원전 1·2호기가 정상운전에 돌입하면서 올해부터 송전제약이 본격화 되고 있다. 동해안의 발전설비는 전체 17.6G인 반면 송전망 운영 용량은 11.6G 수준에 불과해 6G의 발전량이 가동되지 못해 동해안 석탄발전사들의 발전량은 20~30%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일부 발전사들의 년간 손실이 3000억원에 달해 PF 원리금 상환을 걱정하는 등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원자력·석탄 발전소들은 2017~2023년 사이에 상업운전에 들어간 반면, 송전망 건설은 송전망 경과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이은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기조로 당초 2019년 완공에서 이제는 빨라야 2026년에 완공될 계획이어서 송전제약 해소시까지 추가 송전량 확보와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은 이 날 전기료 인상으로 지역 대표기업들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발전사들마저 경영위기로 부도가 발생할 경우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줄 수 있어 즉각적인 보상대책을 주문했다.
이에대해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이 날 송전제약 완화 대책을 통해 3G 수준의 추가 송전방안을 제시했다. 양수발전 펌핑방식을 변경하고, 에너지저장장치를 추가 증설하거나, 계통안정화 장치 보강을 통해 2024년말까지 대책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이다.
산자부는 그동안 관련기관과 TF를 운영하며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부족한 송전망 건설인력을 확보하는 등 최선을 다해 8G의 추가 송전망을 구축해 동해안 발전사들의 송전제약 해소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추가 원전 확보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현재 22G로 765KV와 345KV 2개 등 총 3개로 구성된 동해안 송전선로 용량은 각각 50%밖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송전가능용량을 증대하기 위해 동해안-수도권 HVDC 신규 송전선로를 적기에 건설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물론, 거래소·한전이 TF 구성, 유연한 운영과 안정화 설비 구축, 안정화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발전제약을 완화하고, 대규모 수요 발굴, 주간 양수 펌핑 등 지역내 신규 수요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산자부는 지역 민간발전사들의 데이터센터 유치 지원 요청에 대해 이르면 연내 기존 산업단지를 비롯해 잉여 용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입지를 확정하고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입법예고주인 전기사업법 일부(분산에너지특별법) 개정안은 오는 3월 16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처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따르면 지역의 발전소들도 인근 수요처에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접전력판매(PPA)’ 제도에 포함돼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구비하게 된다.
정부와 강원도는 동해안 지역에 1GW급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적인 용량인 20㎿ 데이터센터가 50개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이에따라 전력업계는 강릉·동해·삼척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유치될 경우 데이터센터 운영에 드는 연간 전기요금의 20% 정도를 절약, 즉 40㎿급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연간 100억원대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동해안 지역 전력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유력한 후보지인 강릉·동해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땅값이 저렴해 데이터센터를 고층으로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축비 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전력 수요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정부는 송전선로 신규 건설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발전소 인근에 유치하는 방안이 모색돼 왔다. 전인수 jintru@kado.net